칼의 노래(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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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0-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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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잘린 면의 몸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왔다.
(면아, 면아.)
부르는 내 소리에 내가 가위눌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면을 꾸짖었다. 매일 밤 똑같은 꿈이었다. 면이 엉덩이를 밀어서 멀어져가는 쪽으로 노을이 붉었다.
(아버님, 저는 죽었습니다.칼의노래김훈ci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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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책머리에
-칼의 울음
-안개 속의 살구꽃
-다시 세상 속으로
-칼과 달과 몸
-허깨비
-몸이 살아서
-서캐
-식은땀
-적의 기척
-일자진
-전환
-노을 속의 함대
-구덩이
-바람 속의 무 싹
-내 안의 죽음
-젖냄새
-생선, 배, 무기, 연장
-사지에서
-누린내와 비린내
-물비늘
-그대의 칼
-무거운 몸
-물들이기
-베어지지 않는 것들
-국물
-언어와 울음
-밥
-아무 일도 없는 바다
-노을과 화약 연기
-사쿠라 꽃잎
-비린 안개의 추억
-더듬이
-날개
-달무리
-옥수수숲의 바람과 시간
-백골과 백설
-인후
-적의 해, 적의 달
-몸이여 이슬이여
-소금
-서늘한 중심
-빈 손
-볏짚
-들리지 않는 사랑노래
부록 / 충무공 연보, 인물지, 해전도
그대의 칼
고하도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목재를 구할 수 있었다. 식은땀에 젖…(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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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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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릎걸음으로 면은 멀어져갔다. 면은 칼이 없었다. 저것이 나로구나,라고 나는 꿈속에서 생각했다. 눈이 멀어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죽은 녀석이 너뿐이더냐? 내가 죽인 적이 헤아릴 수 없고 네가 죽인 적 또한 적지 않거늘, 네 어찌 내 꿈을 어지럽히느냐.)
(아버님, 저의 칼을 찾아주십시오.)
(칼을 어찌했느냐?)
(칼을 놓쳤습니다. 머리는 죽었는데, 몸은 살아 있었다. 그것이 내 운명의 지표인 것 같았다. 다시는 내 꿈에 얼씬거리지 말아라.)
면은 울면서 돌아섰다. 칼 또한 그러하다. 영암, 무안쪽 백성들 중에서 솜씨 있는 목수가 여럿 있었다. 면이 말을 했는데, 잘려진 어깨의 단면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칼을 찾아주십시오.)
(가거라, 죽었으면 가거라. 목숨은 물리지 못한다.
고하도로 수군 진영을 옮긴 뒤에도 내 숙사 방 안에 환도 두 자루와 면사첩을 걸어놓았다.)
면이 말할 때, 죽은 머리는 옆으로 꺾여져 있었다. 죽은 면이 꿈에 나타나는 밤이 계속되었다. 눈썹과 이마가 나를 닮아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는 새벽에 식은땀이 전신을 적셨다. 면은 잘려진 어깨로 울었고, 거기서 눈물이 흘렀다. 군막 신축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깨가 잘려나간 면의 몸이 개울창에서 일어섰다.
(아버님, 죽을 때 무서웠습니다. 노을 진 갈대숲 속으로 면이 기어들어갈 때 나는 면을 불렀다.)
(물러가라. 무인이 칼을 놓쳤으면 죽어 마땅하지 않겠느냐.)
면은 다가와 내 다리에 매달려 울었다. 등판이 구들장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죽은 머리가 산 몸 위에 붙어서 건들거렸다. 날이 추워왔으므로 감독 군관들은 작업을 다그쳤다.
